재즈피아니스트 윤정주 2집 "Deltanious Gawasnoops"
작성자 : 퍼플미디어 2018-05-25

"Deltanious Gawasnoops"        

 

1.                                    

묻는다.

“Deltanious Gawasnoops가 뭐야?”

 

앨범 타이틀이자 곡명인 <Deltanious Gawasnoops.델타니우스 가와스눕스>는 단어 자체만으로는 의미를 파악할 수 없고, 발음도 이상하게 들리는 것이 당연하다. 

왜냐하면 이 영문 단어는 내가 좋아하는 빈티지 장난감들의 이름을 변형하고, 조합해서 만들어낸 것이니까.

 

그러니까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고 하면, 내가 좋아하는 사물들의 조합. 즉 내가 아끼고 수집하는 것들, 사랑하는 것들. 그래서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렇다! 이 앨범은 잃어버릴 수 없는 익숙한 탐색과 일상들 즉 내가 삶을 즐기는 방식들을 표현하여 쓴 곡들과 그 곡들의 연주로 채워진 앨범이다.

 

2.

 곡을 쓰는 첫 번째 과정은 매번 다르다. 멜로디를 먼저 쓰는 경우도 있고, 코드와 하모니의 진행을 먼저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행의 목적지를 먼저 정하듯이 나는 제목을 먼저 정하고 곡을 쓴다. 

그 이유는 사물의 실제 의미와 그 주변의 익숙한 것만 받아들이려는 관성으로 부터 일단 벗어나, 또 다른 상상력이 더해져 음악적으로 확장, 표현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 패턴이 즐겁기 때문인 듯하다. 

그래서인지 첫 번째 곡인 <Donna Lee(Charlie Parker 작곡)>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수록곡들의 제목은 미리 리스트로 만들어져 있었고 그 이후 간헐적인 휴가의 여정처럼 각 곡들의 음악적 아이디어는 고민되어졌다.  

 

3.

 곡을 쓴 후에 어떻게 연주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은 음악을 만드는 것과는 다른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작업이다. 스윙하는 재즈를 가장 좋아하고, 그래서 나의 곡들과 연주들이 블루스와 초기 재즈에서부터 

1940년대 비밥에 이르는 재즈 스탠더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게다가 나는 괴팍하기로 유명했던 재즈 베이시스트 찰스 밍거스의 독특한 작품들, 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 희유곡), 

호러 무비, 수퍼 히어로, 고전과 공상과학소설, 오래된 장난감, 특이한 만화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를 즐겼다. 이러한 식으로 노출된 다양한 이미지들은 연주하는 온도를 조절하는 나름 현명한 선택과 분산을 선사한다. 

이를테면 앨범 수록 곡 중에 고전 혹은 스윙재즈의 분위기를 품은 연주들 외에, 여러 곡들은 쓰고 다듬고 연주하면서도 수상한 불협화음과 억지스런 화성 그리고 갑작스런 주법의 변화 등을 의도적으로 표현한 것들이 그러한 것이다. 

 

4.

 솔로 재즈 연주 속에는 뮤지션이 몰두할 수 있는 연주의 즐거움과 자유로움이 있다. 그리고 오랜 시간동안 애정을 가지고 기다려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 앨범 "Deltanious Gawasnoops"가 듣는 이에게도 또 다른 열정의 모습으로 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