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Is My Bagel?”

우리가 아는 보스턴은 내가 기억하는 그곳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제 내 집처럼 편안해져 버린 그곳에서 애써 이국적인 무언가를 찾고 있기도 하다. 예술가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도시에서 살 수 있다면 위대한 영감을 받아 일상에 구속될 필요가 없는 상상을 하게하는 - 그러한 매력적인 도시, 보스턴과 뉴욕에서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내게 진정으로 음악을 꿈꾸게 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곳에서의 생활은 미술관이나 동물원에서처럼 편안하면서도 동시에 신선한 것들이었다.

혹여 그것들이 경이로움을 느끼는 일임을 잊어버리지 않을까하여.

나는 음악을 만들었다.

이번 앨범의 메인곡인 “Where Is My Bagel?”은 버클리음대 재학시절 한 아침수업에서 혼자 베이글을 먹고 있던 여학생을 향해 내뱉었던 흑인 선생님의 말투가 너무 재미있게 느껴져 즉흥적으로 쓰게 되었다. 2년 후인 2005년 12월의 눈 덮힌 뉴욕, 맨하튼의 작은 스튜디오에서 재즈계의 두 거장인 베이시스트 'Ron McClure'와 드러머 'Jimmy Madison'이 이 곡을 연주하게 되었다.

내가 묘사하지 못하는 것, 단지 편안하고 아름다웠다고 기억하는 것 이상의 시간이었다.

두 뮤지션의 연주 안에 나의 피아노가 함께 영원히 머물기를 바라며 녹음을 마치고 눈 내리는 맨해튼의 밤거리를 걸었다. 다시 새로운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삶의 단편에 흘린 내 감흥의 흔적들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모든 감흥은 사실은 - 사실 그 이상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내가 안타까운 것은 바로 그것이기에 이 앨범이 존재한다.

For Leaa & Ricky.

2011년 겨울. 윤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