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앨범] 레이지(R-age) - 미치겠어
작성자 : 퍼플미디어 2015-03-12

한국음악의 위기

방송에서나 음악현장에서나 근래의 한국음악 시장을 논의할 때 항상 논란이자 중심되며 화자 되는 논제는 바로 다름 아닌 음악 시장의 붕괴더 나아가 한국 음악의 위기이다. 하지만 이 내용을 곰곰이 들여다 보자면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노래 부르기를 즐기고, 또 어떤 자리건 음악이 빠지면 서운하게 여길 만큼 음악을 사랑하는 민족은 흔치 않을 것이다. 주위에 굳이 음악인이 아닌 일반인들 사이에도 알음알음으로 노래 한두 가락 가수 뺨치게 하는 사람을 찾기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 처럼 노래에 밀접하고 또 삶속에 악과 흥이 묻어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음악의 위기라고 하면 약간은 쌩뚱 맞은 느낌도 지울수 없다. 한국음악의 위기를 논할 때 좀 더 정확한 표현은 한국 음악 시장의 위기 내지는 음악 산업의 위기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항상 언론 매체나 음악관계자들은 컴퓨터나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손쉬운 음원 다운로드와 저작권 침해를 주된 위기의 이유로 손꼽는다. 물론 저작권 침해는 작가들의 생존권과 가수의 수입원을 박탈해가는 중대한 범죄행위임을 두 말할 나위가 없지만, 필자는 한국음악의 진정한 위기가 과연 저작권에 국한된 것인가 의문을 제기해 본다.

대중음악의 의미

말 그대로 대중음악은 대중들을 상대로 한, 말 그대로의 POPULAR SONG이다. 하지만, 근래 한국 대중음악의 대중은 마치 오직 10대의, 10를 위한, 10대에 의한 말로 바꿔버린 듯하다. 음악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삶에 녹여온 우리 국민성을 되돌아 볼 때, 진정한 위기는 대중 가요계가 스스로 10대를 제외한 수 많은 연령대에 잠재적 대중들을 먼저 외면한데서 기인한것은 아닐까? 슬픈 노래건, 기쁜 노래건, 빠른 노래건, 느린 노래건, 많은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 받을 수 있는 노래가 사라지기 시작하면 서 이미 위기는 시작된 것이다. 수많은 음반 챠트의 상위를 장식 하는 노래들 중에서 슬플 때 위로 받을 수 있고, 기쁠 때 흥얼거릴 수 있는 가요가 과연 있는 지 10대를 제외한 연령층에게 물어 봤을때 몇곡이나 나올지 궁금 하기 까지 하다.

탈출구

굳이 헤겔의 변증법을 논하지 않더라도 유행은 반복되고 어떤 형태로든 반대급부의 출현은 막을 수도 없는 것이며, 또 새로운 형태의 타협이 음악에서도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 믿는다. 이 앨범의 장르는 기존에 우리나라에서 보여지던 형태의 락도 아니며, 그렇다고 언더그라운드 인디밴드의 색깔 또한 찾기가 쉽지 않다. 굳이 이 앨범의 장르를 구분하자면 필자는 뉴올리언즈 락쯤으로 해두는 게 무난하리라 생각한다.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들이 줄곧 배출되면서 명실공이 재즈 의 고향으로 불리는 뉴올리언즈에서 재즈외의 장르에는 냉정했던 그 풍토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 했던 그들의 선택은 한정적일 수 밖에 없었다. 좀더 대중적이고, 좀더 편안하며, 좀더 친근하게....훗날 수많은 명곡들을 남기며 L.A메탈, EASY CORE, 얼터너티브 락으로 꽃피기까지 친숙하고 대중적인 락의 표본이 되었던 그들은 처음엔 수많은 비난과 비판을 감내해야 했었다. 데쟈뷰처럼 뉴올리언즈락의 태동기와 무척이나 닮아 있는 한국 음악 시장... 재즈라는 말을 힙합, 댄스로 바꾸고 뉴올리언즈를 지금의 우리 음악시장이라고 바꾼다 해도 그다지 이질감이 느껴지진 않는 한국음악이 고사하지 않는 묘책은 기형적으로 한 쪽으로 만 성장해버린 10대 위주 음악 시장의 개편에 있을 것이고, 또 한 다양한 장르의 부활에 있을 것이다.

락음악.. 시대 정신?!“

락은 즐겁다. 또한 재밌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 한정시켜 볼 때는 사정은 달라진다. 우리 대중 들에게 락에 대한 느낌을 묻는 아마 이런 대답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이다. “락은 어렵고, 사회 참여적이고, 뭔지 모르게 반항적이며, 일부의 소수만 즐기는 매니아 음악이다.” 락은 절대 특권층의 음악도 아니고 현대 팝송의 기반 또한 락 에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락의 고향인 미국의 락도 그런 때가 있긴 했었다. “우드스탁 페스티벌로 대변 되는 반전 , 히피운동의 구심점이 되었던 락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건 그 당시에 가장 사랑받는 장르가 락이 였기 때문에 락이라는 장르를 빌어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었던 것 뿐이지, 결코 락이 무겁고 어두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서는 아니다.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수많은 팝송가수들이 실은 락 가수 출신이라거나 현재까지도 락가수로 구별 되어지는 것을 확인해 보면 더욱 더 확실해 질것이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다.”

누가 누군지 구별조차 힘든 요즘의 아이돌 가수들 사이에서 이 앨범이 쉽게 빛을 발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몇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가수는 어느 가수들과 섞어놔도 구분되어지는 개성과 정체성이 있고, 이 노래들은 조금만 귀 기울인다면 어렵잖게 흥얼거릴 수 있을 것이다.만약 여러분도 그 순간을 느낀다면 나처럼 이렇게 중얼거리게 될 것이다.

맞아!. 이런 게 바로 노래고 음악이지..”